음악교육신문

관악기는 호흡을 통해 직접 소리를 내는 것이기 때문에 듣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전달한다. 그 중에서 플루트는 고음역대를 담당하고, 맑고 투명한 음색을 통해 음악을 아름답게 꾸며주는데,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 모음곡 중 “갈대피리의 춤”>, 비제 <아를르의 여인 모음곡 중 “미뉴에트”> 등의 작품들을 떠올리면 플루트의 매력을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플루트의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으로 플루트를 시작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 즐거움을 오랫동안 지속시키는 데에는 그만한 흥미를 이끌 수 있는 콘텐츠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플루티스트 송화진이 새로운 교재를 출판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녀를 만나 현재 플루티스트들의 세계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 함께 살펴보았다.

레퍼토리의 확장으로 새바람을 불러 일으키다

플루티스트 송화진은 상명대학교 콘서바토리 플루트 교수인 동시에 현재 플루트 전문 아카데미 라 플루트(LA FLUTE)대표로서, 지금까지 플루트 교육에 큰 관심을 가져 왔다. 그 가운데에서 교육 레퍼토리에 대한 고민으로 플루트 연주곡집 ‘피아노와 사랑에 빠진 플루트’(삼호 뮤직) 교재 발행의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플루트는 피아노, 바이올린 등 다른 악기에 비해 시작하게 되는 경로가 좁은데요.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편이기에 출판 교재의 폭 또한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오랜 시간 플루트 주자들을 위한 교재의 출판이 미비해 거의 같은 명곡집만 사용되어왔다는 점에서 초급자는 물론, 초급자와 전공자 사이의 중급들을 위한 연주곡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 속에서 이전의 레퍼토리만으로 교육을 한다면, 플루트를 배우는 사람들의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고, 이는 플루트에 대한 수요를 더 적게 만드는 지름길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플루트 교육 발전 또한 미비할 수밖에 없겠죠. 이전부터 개인적으로 명곡집, 플루트 연주 해설곡집 등을 출간해온 끝에 탄생한 것이기에 더욱 플루트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나 아마추어 플루티스트들에게 꼭 필요한 연주곡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플루티스트로서 연주자들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고민을 연주자의 시각에서 해결한 것으로, 이번 연주곡집이 플루트 교육계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피아노와 사랑에 빠진 플루트>

플루티스트들의 고충을 해결해주다

송화진이 교육자로서 고민되었던 점 중 하나는 어느 정도 연주가 가능한 취미생들을 위한 플루트 전용 악보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초급자와 전공자 난이도 사이의 곡들의 수가 원래 적기 때문에 선곡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랐으며, 다른 악기의 곡을 플루트로 변환해야 하는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피아노와 사랑에 빠진 플루트>는 클래식 편과 파퓰러 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안에서도 난이도에 따라 ‘쉬운 연주’편, ‘폼나는 연주’편으로 구성되어 총 4권 시리즈로 이루어진 연주곡집인데요. 각 권마다 15여 곡 정도 구성되어 총 60여 곡이 수록되었습니다. 많은 기교 때문에 어려워서 연주가 힘들었던 클래식 곡들은 물론, 팝, 뮤지컬, 영화OST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트렌드에 맞게 선곡하여 아마추어들도 실제 연주 가능하도록 편곡했습니다.”

이외에도 이번 교재가 특별함을 지니는 데에는 피아노 반주를 준비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전곡에 플루트 파트보와 피아노 반주 악보를 함께 수록해 두 악보를 별도로 구할 필요없이 쉽게 이용하실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이외에도 플루트 모범 연주와 피아노 반주를 녹음한 CD를 2장씩 전권에 수록했는데요. 연주 음원은 여러 사정 상 레슨의 기회를 누리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참고해서 사용 가능하시며, 반주 음원은 피아노가 없는 무대에서 연주해야 하는 상황이나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평소에 반주자 없이도 원하는 대로 연습이 가능하시도록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수록했습니다.

최근 문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며,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연주하는 무대가 많아졌는데요. 연주 레퍼토리의 폭을 다양한 무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 넓힐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교재 출간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쉽게 사용 가능한 교재

그 많은 곡들을 플루트 버전으로 편곡하는 작업이 쉽지는 않았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과정과 같았다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개척’이나 다름없었던 그녀의 행보가 더욱 빛나 보였다.

“편곡작업을 해주신 관계자 분들과 오랜 시간의 협력을 거쳤습니다. 플루트가 아닌 다른 악기의 곡을 편곡해야 하는 경우에는 다이내믹, 곡의 길이, 음역대, 호흡 등을 플루트에 맞게 조절하고, 실제로 전곡을 연주해보며 점검해야 했지요.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곡 수정 작업이 이루어졌으며, 악보와 녹음본을 완성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녀가 본 교재를 만들면서 가장 주안을 두었던 점은 누구나 플루트를 조금이라도 더 쉽고 즐겁게 연주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으로, ‘교재 같지 않은 교재’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한다.

“교과서처럼 딱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 구성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어요. 직접 다양하게 시장조사를 진행하며 곡 구성은 물론, 교재 이름 짓는 것부터 표지 디자인까지 전반적으로 관여했죠. 아마추어부터 전공자까지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교재로서 앞으로 더욱 많은 분들이 플루트에 대한 흥미를 오랫동안 이어가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LA FLUTE>

전문적인 플루트 기초 교육을 위한 공간

플루티스트 송화진은 체코 브르노 콘서바토리 플루트 전임 교수, 국내 최초 플루트 전문매거진 <flute&> 기자, 그 외 다양한 연주 등 다양한 자리에서 활동을 펼치며 지금까지 플루트의 대중화와 저변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LA FLUTE(이하 라 플루트) 설립과 운영이다. 필요에 따라 취미반, 예중·고·대학 입시 및 유학 파트로 클래스를 세분화시켰으며, 일반인들이 비교적 경제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커리큘럼이 마련되어 있다.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이러한 체계를 통해 라 플루트는 클래식 악기인 플루트에 대해 대중이 느끼는 거리감을 좁혀 오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

“국내에는 플루트만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와 교육기관이 극히 드뭅니다. 단독적으로 플루트만을 배우기보다 다른 악기를 배우면서 부차적으로 함께 배우는 경우가 대다수죠. 각 행정구역마다 교육 전문 기관이 있는 외국과 비교해 보았을 때, 국내에는 전공자 이외 아마추어들이 집중적으로 플루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많이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플루티스트만이 모인 아카데미를 통해 플루트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서로 친목을 도모하고 함께 연주하는 나눔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본 아카데미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라 플루트에서는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직접 무대에서 연주 가능한 음악회를 종종 개최해 진행해왔다.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선사함과 동시에 지속적인 배움에 대한 열망을 자극해왔다. 지난 7월에는 그녀가 직접 기업의 후원을 끌어오고 사비를 더해 연주회에 필요한 비용을 전액 마련하여 각 개인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덜어주어 아마추어 연주자들의 많은 참여와 호응을 이끌어 낸 사실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음악 전공자들의 길을 열어주다

음악학도들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진로 결정의 문제이다. 진로의 폭이 좁아 음악대학을 졸업한 후에 일반적으로 전문 연주자 혹은 음악 교육 종사자의 길로 접어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라 플루트는 전문적이고 질 높은 교육을 위해 전문 강사진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실제 음악 전공자들에게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 사회적으로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조금이나마 음악계 종사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교육을 함께 나눔으로써,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더욱 이끌어 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후에 플루트의 대중화가 실현된다면 라 플루트와 같은 전문 교육 기관을 프랜차이즈화해서 더욱 많은 유능한 선생님들의 활동을 장려할 수 있겠죠. 후대 음악인들을 위해 앞으로 플루티스트는 물론, 전국의 학원들이 함께 연합하여 다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기회와 방안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벌써 10년... 그녀가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플루트를 향한 그녀의 열정은 많은 권역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2015년에는 뉴스메이커지 선정 문화예술부문 ‘대한민국을 이끄는 혁신리더상’ 수상, 제19회 한국음악비평가협회 제정 신인연주가상을 수상했으며, 예중·고(선화예중, 계원예중, 덕원예고) 출강, 라 플루트 대표, 상명대학교 콘서바토리 교수로 재직하며,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에게 플루트와 클래식 음악을 알려왔다. 한 명의 플루트 전공자에서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이와 같이 행보를 걸을 수 있었던 요인은 플루트를 사랑하는 마음 그 하나뿐이었다고 전하는 플루티스트 송화진.

“음악은 성실성과 인내심이 뒷받침이 되어야 합니다. 혼자서 오랜 시간 동안 연습을 통해 외로운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하며, 콩쿠르나 입시에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딛고 일어서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독립심과 참을성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투자의 결과가 늦게 나오는 분야이기에 금방 지치기가 쉬운데요. 음악은 분명히 자신이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르다는 것을 잊지 않고, 음악을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에 집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 이면의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여러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많은 실패를 겪고, 오랜 시간을 인내해왔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오로지 플루트에만 집중하며 많은 노력들을 해왔죠. 그렇게 제 갈 길을 지나오고 나니 라 플루트를 운영한지도 벌써 내년이면 10주년이 되네요.”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직도 다양하다

현재 교육자, 연주자, 기획자 등 다양한 자리를 통해 플루트의 대중화를 촉진시키고 있는 플루티스트 송화진. 그녀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플루트 대중화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그에 따른 새로운 도전들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소신을 전했다.

“상명대 콘서바토리와 라 플루트를 통해 계속 다양한 인재들을 배출해내며, 대중이 플루트를 친숙한 악기로 인지할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교육 활동에 계속 주력하고 싶습니다. 그 예로 오는 12월 9일(일)에 상명대 콘서바토리 주최로 ‘플루트 클리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마스터클래스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보통 아마추어들도 참가 할 수 있는 마스터클래스는 매우 드문 편인데, 특별히 이번 마스터클래스는 20세 이상 전공생 및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하여 그 시간을 통해 개선해야 할 개인의 문제점을 진단받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여 실력을 보다 더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또한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마련해 후배들이 오랫동안 간직해온 음악적 재능과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루어갈 수 있도록 선배로서 이끌어주고 싶습니다. 이외에도 플루트의 대중화를 위해 참신한 아이디어의 연주회들을 통해 직접 관객에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플루트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형태로 인사드리는 플루티스트 송화진이 되겠습니다. 많이 지켜봐주세요. 감사합니다.”

수많은 경제적·시간적 희생들로 외로운 싸움을 해왔을 그녀. 플루트를 사랑하는 그녀의 순수한 마음 하나가 이렇게 많은 결과물을 낳을 수 있었다는 것에 놀랍고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앞으로도 부디 그 마음이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 영향을 끼칠 수 있기를 바란다.

(문지애 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