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첫 시작, 첫사랑, 첫 무대...‘첫’이 붙는 단어는 누구에게나 설렘을 가져다주는 듯하다. 앞으로는 오지 않을 단 한 번의 처음 시작을 뜻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처음에 앞으로의 미래를 다짐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설렘을 새로운 음반 출시 소식과 함께 전해줄 소프라노가 있으니, 그녀의 이름은 홍은지이다. 그녀가 음반으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함께 귀 기울여 보도록 하자.

The First, 대중을 향한 인사

[The First] 음반 수록곡

1. G. Verdi <오페라 ‘리골레토’ 중 Caro Nome (그리운 그 이름)>

2. J. Strauss II <오페라 ‘박쥐’ 중 Mein Herr Marquis(친애하는 후작님)>

3. V. Bellini <오페라 ‘몽유병 여인’ 중 Care Compagne... Come per me sereno? (내 기쁜 마음처럼 화창한 날)>

4. G. Puccini <오페라 ‘라 보엠’ 중 Quando me’n vo‘(나 혼자 걸으면)>

5. J. Strauss II <Fruhlingsstimmen(봄의 소리)>

6. W. A. Mozart <오페라 ’마술피리‘ 중 Ach ich fuhl’s(나는 알아요)>

7. C. Gounod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중 Ah! Je veux vivre(꿈 속에서 살고 싶어라)>

8. G. Donizetti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Prendi per me sei libero (받으세요! 당신은 이제 자유에요)>

9. G. Verdi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Ah fors'e lui... Sempre libera (아, 그이였던가... 언제나 자유롭게)>

10. G. Donizetti <오페라 ‘돈 파스콸레’ 중 Quel guardo il cavaliere (그 눈빛이 기사를 사로잡았지)>

11. G. Donizetti <오페라 ‘람메르모르의 루치아’ 중 Regnava nel Silenzio(침묵에 휩싸여)>

소니뮤직을 통해 지난 1월 4일(금)에 발매된 소프라노 홍은지의 데뷔 앨범 [The First]가 발매되었다.

성악은 사람의 목소리로 연주되는 장르이다 보니 아무래도 일반적으로 비교적 규모가 작은 가 곡들과 함께 섞어 레퍼토리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녀의 앨범을 보니 수록된 곡들이 꽤 굵직하다. 대중들에게 건네는 첫 인사가 강력해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그녀에 대한 궁금증이 한꺼번에 일었다.

“제 노래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게 새로운 형태로 인사를 드림과 동시에 공연장 밖 관객 분들에게도 처음으로 인사를 드릴 수 있는 데뷔 음반을 내게 되었습니다. 먼 훗날에 성악가로서 더욱 많은 경험들을 쌓아 성숙해진 목소리를 들려 드릴 수도 있지만, 지금의 제 목소리는 현재에만 존재하는 것이기에 현재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무대 위에서의 공연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마련이고, 제 목소리 또한 세월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훗날 저 자신에게도 큰 감회를 가져다 줄 것 같아 기대됩니다. 이러한 의미들을 되새기다 보니 초심으로 돌아가는 마음가짐으로 녹음에 임하게 되었고, 이에 테마를 ‘The First’로 짓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마주한 관객보다도 더 넓은 범위의 대중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음반이기에 수록 레퍼토리 역시 대중들이 듣기 쉬운 음악으로 골랐다는 그녀. 큰 작품들로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터. 그러나 그녀는 타인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일반 대중이 성악곡을 구체적으로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직접 찾아서 듣지 않는 이상 대중매체를 통해서 듣는 음악들은 대부분 오페라 속 음악들을 접하게 되는데요. 따라서 가곡보다 빈번히 접할 수 있는 오페라 곡들을 바탕으로 음악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삶 속에서 클래식 음악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페라 아리아도 카페 배경 음악처럼 차를 마시며 편하게 들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담담하게 불렀습니다. 워낙 널리 알려져 많이 들어보신 음악들이겠지만, 저만의 색깔과 목소리가 입혀진 새로운 음악을 들려드림으로써 앞으로 계속 꾸준히 여러 무대를 통해 인사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수록곡 중 가장 와 닿는 곡은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중 “Ah fors'e lui... Sempre libera”> 였다고 한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대학에 갓 들어가 난생 처음 오페라라는 무대에 서게 되었던 작품 이며, 또한 졸업 후 비올렛타 역으로 많이 출연한 작품이기도 해 저와 인연이 깊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성악밖에 모르는 성악바보

사람의 인생은 어떻게 변할지 모를 일이다. 처음 친구를 따라 음악학원에 가본 일이 우리나라 를 대표하는 소프라노가 되는 것으로 이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초등학생 4학년 때 친구 따라서 음악학원에 갔다가 친구가 동요 부르는 것을 보고 함께하게 되었어요. 내성적인 성향이었기 때문에 엄마께서도 제가 활발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적극 권유 해주셨죠. 지금은 저만 성악가의 길을 가고있어요.(웃음)”

홍은지는 선화예술학교와 선화예고를 졸업했다. 일찍부터 제4회 국립오페라단 성악 콩쿨 대 상을 수상, 제8회 국민일보 한세대 콩쿨 성악부문 1위 등 다수의 콩쿨에 입상하여 두각을 나 타내었으며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우등 졸업한 후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Conservatorio di Musica “G.Verdi” di Milano)에서 실기만점으로 졸업한 후 밀라노 시 립음악원(Accademia internazionale della Musica ‘Scuole Civiche Milano’)을 졸업하고 로마 아레나 아카데미에서 Canto 과정을 수료하였다. 2017년 1월 세종체임버홀 귀국독창회의 객석을 만석으로 채우면서 성황리에 마쳤고, 오페라 <La Traviata(춘희)>와 <L'elisir d'amore(사랑의 묘약)>의 주연으로 수차례 출연하여 많은 호평을 받았으며 고전적인 외모와 청아한 목소리로 한국 창작오페라 <고집불통 옹>의 주역인 효심역, 오페라 <여우뎐>의 인희역,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의 올랑피아역으로 출연하는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경력을 쌓아나갈 뿐만 아니라 다수의 가곡 연주회와 오라토리오 독창자로 활동 중이다. 2018년 2월에는 크로아티아 쳄버 오케스트라 30주년 기념 연주회인 모차르트 <레퀴엠>의 소프라노 솔리스트로 초청되어 자그레브 문화회관, 비엔나 뮤직퍼라인 황금홀, 잘츠부르크 모짜르테움 그랜드홀 등 3개 도시에서 연주를 성황리에 마쳤고 10월에는 암스테르담 콘서트 헤바우 홀에서 로테르담 심포니 오케스트라 초청으로 협연하여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객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2017년 8월 체코 프라하 스메타나 홀에서 Hradec Kralove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고 그 외 프라임 필하모닉오케스트라, 키예프 방송교향악단, 우크라이나 주 립 심포니오케스트라, 창원KBS오케스트라, 코레일심포니오케스트라, 서울 쳄버 앙상블 등 국 내외 다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롯데콘서트홀, KBS홀,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대전 예술의전당,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 창원 성산아트홀 등 유수의 홀에서 신년음악회, 오페라페스티벌 갈라콘서트, 오페라 아리아의 밤, 송년음악회, 가곡음악회, 듀오 콘서트 등 다수 음악회에 출연하며 전문 연주자로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점차 활동 범위를 넓혀가며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많은 시간 들이 켜켜이 쌓여왔을 것이다. 그 사이에 그녀는 일말의 흔들림도 없었을까?

“초등학생 때 동요를 접한 것을 시작으로 그저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가 이탈리아에 있던 시 절, 제 삶을 돌아보면서 슬럼프가 오기 시작했어요. 예술로, 특히 클래식 음악으로 성공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어느 소리도 내기 싫었던 만큼 너무 지쳐있던 차에 음악을 향한 꿈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으로 잠시 한국으로 돌아 왔습니다. 그 때 친구와 함께 뮤지컬 공연을 보러 갔다가 생동감 넘치는 무대위에서 배우들이 뿜어내는 열정을 가까이에서 보니 성악가로서 지금까지 열심히 꿈을 향해 달려온 과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고, 그 순간들이 다시 그리워졌습니다. 마침 그 즈음에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렛타 출연 제의가 들어왔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수락했어요. 그 후 음악에 대한 제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고, 제 2의 인생이 펼쳐졌죠. 노래는 제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엄마와 딸의 빛나는 팀워크

폭넓은 오페라만큼 성악가들이 연기하게 되는 등장인물들 역시 다양한데, 각 캐릭터들을 능수 능란하게 소화하는 데에는 노래 실력은 물론, 수많은 경험들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에 준하는 인내심과 노력 역시 요구될 수밖에 없는데, 그녀는 지금까지 꾸준히 음악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요인으로 다름 아닌 자신의 모친을 꼽았다. 늘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는 든든한 지원군이기 때문이다. “엄마의 관심과 기도가 없었다면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엄마는 항상 제 옆에 계셔주세요. 규모에 상관없이 제가 서는 무대라면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찾아와서 제 모습을 지켜봐 주시고 믿어주시죠. 음악을 관두겠다고 한국에 돌아 왔을 때 조차도 나무라지 않고 제가 다시 일어설 때까지 기다려주셨던 점이 너무 감사해요.

성악을 전공하셔서 더욱 제 노래에 엄격하고 칼 같은 날카로운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기에 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고,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페라를 준비하는 기간에는 아침에 깨워주시는 순간부터 상황극을 연출하며 제가 극 중 캐릭터에 맞게 행동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시죠.(웃음) 엄마의 이런 열정 덕분에 제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주시는 부모님 지인 분들을 비롯한 그 외 많은 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이 자리를 빌어 전해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가족들의 응원에도 항상 감사드리며, 제가 앞으로 더 열심히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 자리에 동석했던 그녀의 모친은 딸에게 “칭찬보다는 혹독한 평을 많이 주었는데 도 지금까지 아무 말 없이 잘 받아준 딸이 대단하다며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가족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파트너라니, 너무 멋진 팀이 아닌가. 거기에서 오는 심적인 안정감이 그녀의 가장 큰 무기인 것 같다.

2019년, 국제 성악계에 출사표를 던지다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1월 20일(일) 이탈리아 만토바 비비에나 극장에서의 공연 일정을 앞두고 있었다. 공연 당일에는 그녀의 기량을 드러냈음은 물론, 함께 출연한 테너, 바리톤과 함께 최적의 호흡을 선보임으로써 이탈리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후문이다. 이후에도 그녀는 5월에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연주를 시작으로 10월 뉴욕 Carnegie Zankel Hall, 11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홍콩 City Hall, 12월에는 스위스 취리히 Tonhalle Maaghalle 에서의 연주를 비롯해 2020년까지 공연 스케줄이 예정되어 있다. 꾸준히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을 만나고 싶다는 그녀는 열심히 활약하는 모습으로 보답하겠다며, 관객에게 건네는 메시지와 함께 인터뷰를 마쳤다.

“여러 기회를 통해 무대를 임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이전에는 무대를 완벽하게 소화해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선뜻 쉽게 도전하지 못했는데, 요즘에는 무대를 준비 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자는 신념으로 최대한 다가온 기회를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해 임하려 합니다. 제 자신을 더욱 채찍질 할 수 있어야겠죠. 해외로 나갈 일이 많아 체력관리에도 힘쓰며, 믿고 보러와주시는 분들을 위해 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막 CD를 냈으니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과 함께 한국가곡 CD 출간 등 계속 남아있는 꿈들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지켜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문지애 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