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임에도 ‘현대’란 말이 붙은 예술 장르는 난해하게 느껴지곤 한다. 현대소설은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고, 현대미술은 무엇을 표현했는지 의아할 때가 있으며 현대음악도 마찬가지로 듣는 것 자체가 곤욕일 때가 있다. 하지만, 모차르트 역시 바흐의 음악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가볍고, 과장됐다’란 혹평을 받은 것처럼 위대한 전통을 만들어낸 사람들도 처음엔 새로운 것을 추구했다. 즉, ‘새로움’은 현대음 악의 가치라 할 수 있겠다.

이에 아름다운 음색과 깊이 있는 음악적 해석으로 ‘새로움’을 탐구하는 플루티스트 최정윤의 독주회를 주목해보려 한다. 오는 8월 24일(수)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펼쳐질 본 공연은 현대음악의 매력을 보여줄 다채로운 작품들로 구성하여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그녀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본지에 담아본다.

‘새로움’을 탐구하다

독주는 물론, 듀오와 앙상블, 협연, 오케스트라 단원 등으로 수많은 무대에 오른 그녀도 본 공연에 앞서 설레는 감정을 내비쳤다.

“귀국 후 듀오, 트리오, 콰르텟과 더불어 독주회까지 열심히 달려왔는데 매회 연주마다 항상 느끼는 것은 관객들과 소통하며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큽니다. 그래서 공연의 프로그램을 선정할 때마다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작품들로 레퍼토리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저의 연주를 듣게 될 학생들에게 다양하고 새로운 작품들을 소개해주고 싶어서 항상 어떤 신선하고 새로운 곡들이 있을까 연구하고 공부하게 되는 것 같아요. 따라서 이번 연주 프로그램은 현대 작곡가들의 작품들로 구성하였고, 그중 국내 초연 곡들도 선보일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음악인의 자세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레퍼토리를 구성한 최정윤. 그녀에게 ‘현대음악’이란 어떠한 의미였을까.

“바로크에서 고전, 고전에서 낭만 등 시대를 걸치며 새롭게 탄생한 구성과 형식, 주법들은 당시에 혹평을 받으며 외면받았지만 이후 ‘걸작’, ‘명작’이라 칭송받으며 하나의 전통으로 뿌리 내렸습니다. 그들의 기준에서 새로움을 탐구하고 시도했던 ‘현대음악’인 것이죠. 수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현대음악의 해석이 클래식 음악의 중심에 위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오스트 리아 유학 당시 현대음악을 좋아하시던 교수님의 영향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접하게 되면서 ‘현대음악’에 눈을 뜨게 되었는데요. 이후 현대를 살아가는 음악인으로서 현대음악에 흥미를 느끼고 이와 함께 책임감을 가지고 있기에 ‘지금의 음악’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본 공연은 저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개하는 동시에 관객분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재미있는 곡들로 구성해보았습니다.”

다채로운 현대음악의 향연

그녀가 준비한 프로그램은 W. Wagner <Drei Capricen fur Flote Solo (국내초연)>, Yuko U. <Sonata for Flute and Piano>, S. Ran <Birds of Paradise for Flute and Piano (국 내초연)>, P. Schoenfield <Four Souvenirs for Flute and Piano>로 오스트리아, 일본, 이스라엘, 미국 등 다양한 나라 작곡가의 작품들로 구성했다.

“수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현대음악의 해석이 클래식 음악의 중심에 위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저 역시 현대를 살아가는 음악인으로서 흥미를 느끼고 약간의 책임감도 있다고 생각되고요. 그리고 오스트리아 유학 당시 교수님이 현대음악을 좋아하셔서 저에게도 현대곡을 많이 추천해주셨는데 그때 현대음악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공연은 저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개하는 동시에 관객분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재미있는 곡들로 구성해보았습니다. 먼저, 첫 번째 곡인 W. Wagner <Drei Capricen fur Flote Solo (국내초연)>는 현대 주법과 리듬감을 보여주는 곡으로 비엔나에서 공부할 때 Gisela MashayekhiBeer 교수님께서 추천해주신 곡입니다. 두 번째 곡은 지난 독주회 때 우연히 악보를 구매하며 알게 된 Yuko U. <Le Moment du Cristal for Flute and Piano>가 너무 좋아 그녀의 작품을 찾아보던 중 발견한 <Sonata for Flute and Piano>입니다. 이 곡은 소나타 형식에 맞게 기승전결이 있으며 아름다운 선율이 인상적인 곡입니다. 이어 연주되는 S. Ran <Birds of Paradise for Flute and Piano (국내초연)>은 새를 연상케 하는 다양한 현대 주법들을 담고 있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음산한 숲속에서의 느낌 등을 상상해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곡인P. Schoenfield <Four Souvenirs for Flute and Piano>는 재즈와 탱고, 삼바 등의 리듬을 살려 관객분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녀는 S. Ran <Birds of Paradise for Flute and Piano (국내초연)>에 대해 더욱 깊은 애정을 표했다.

“저는 이번 공연 중 S. Ran <Birds of Paradise for Flute and Piano (국내초연)>가 가장 기대가 되는데요. 국내에서는 거의 들어보신 적이 없으실 정도로 굉장히 낯설게 느껴질 Shulamit Ran은 이스라엘계 미국인으로 그녀의 곡 <Symphony>는 음악 부문 퓰리처 상을 수상하며 세상에 이름을 알린 이 시대의 위대한 작곡가입니다. 저는 이번 독주회를 계기로 <Birds of Paradise>라는 곡을 처음 접해보았는데요. 테크닉적으로 뛰어난 기교와 예술적 기략을 요구하고 있는 이 곡은 현대 주법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 연습하는데 흥미와 함께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플루트를 좋아하시는 많은 분께서 재미있게 감상하실 수 있을 것 같아 열심히 연습하고 있답니다(웃음).”

삶을 녹여 낸 음악

그녀는 지난 경험들을 되새겨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일화로 뮌스터에서의 유학 당시 만났던 Eyal Ein-habar 교수의 ‘너무 연습만 하지 말고, 밖에 나가서 산책도 하고 친구들과 놀아라’ 라는 조언을 떠올렸다.

“오스트리아에서 학사를 마치고 독일에서 석사과정을 공부했을 때였어요.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부모님께 저 혼자 유학 생활을 책임지겠다며 당차게 모든 지원을 멈추라고 말씀드렸습니다(웃음). 그때 처음으로 옷가게와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보았는데, 나이, 성별, 국적, 인종, 그리고 음악이 아닌 다른 전공의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하며 다양한 감정적 교류를 경험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좋은 기회로 뮤직슐레에서 일하게 되어 외국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이때의 경험이 지금의 제 티칭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비록 석사와 전문연주자과정 때, 아르바이트와 학업, 그리고 실기를 병행한다는 것이 신체적으로 너무 힘들긴 했지만, 이때가 정신적으로 가장 보람차면서 행복했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아마 Eyal Ein-habar 교수님께서 해주신 조언이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해봐야 음악에도 그 감정들이 녹아들기에 하신 말씀이셨겠죠(웃음)? 그래서 한국 학생들이 연습실 밖으로 나와 많은 것을 경험해 보았으면 합니다.”

연주자로서의 길은 마라톤과 같다

선화예술고등학교 재학 중 도오하여 오랜 유학 생활을 이어온 그녀는 자신의 뒤를 이어 전

문 연주자로서의 꿈을 꾸며 노력하는 후배 음악학도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연주자로서의 길은 마라톤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 바라는 것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화려한 곡이 아닌 롱톤과 스케일 등의 ‘기본기 훈련’입니다. 특히 한국의 많은 학생이 기본기 훈련을 재미없어하고 힘들어하곤 합니다. 하지만 롱톤, 스케일 연습은 소리와 테크닉만 좋아지는 연습이 아니라 소리를 컨트롤 할 수 있게 해주는, 소리를 다룰 줄 알게 해주는 연습 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도 알았으면 합니다. 감정은 많은 것을 알게 해주는데, 슬픔을 느낀다면 왜 슬픈지,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알려주고 걱정과 근심이 있다면 자신의 삶에 무엇이 문제인지 알려주죠. 질투심 또한 자신이 무엇을 간절하게 원하는지 알게 해주기에 이러한 여러 감정을 평상시에 많이 느껴보고 표현하면서 음악에 그동안 느꼈던 모든 감정이 녹아들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것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보는 것입니다. 자신의 목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제 의견을 감히 말씀드리자면,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고민 해봤으면 해요. 다른 사람의 재능을 부러워하며 선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것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생각해보길 바라요. 결국, 자기의 인생이기에 자신이 주체가 되는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합니 다. 따라서 앞서 말했듯이, 너무 연습만 하지 말고 많은 경험을 위해 놀 땐 정신 놓고 놀았으면 합니다(웃음).”

무대를 향한 끊임없는 열정

현재 한국플루트교육자협회(KFEA) 이사, Daon Trio, Eos Quartet 멤버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민대학교,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선화예술중학교, 계원예술중학교, 인천예술고등학교에 출강하여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는 그녀는 다음과 같이 앞으로의 행보를 전하며 이야기를 끝맺었다.

“저는 현재 저와 같이 공부했던 좋은 동료들과 Daon Trio, Eos Quartet 멤버로 활동하고 있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독주회 이후에 정기연주회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곡 선정부터 진지하고 즐겁게 연습에 임하고 있는데요, 저는 독주뿐 아니라 실내악에도 관심이 많아 꾸준히 다양한 무대에서 관객들과 마주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교육자로서도 저를 가르치셨던 교수님들의 가르침과 뮤직슐레에서의 티칭 경험을 바탕으로 후학양성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서지나 기자/musicnews@musiced.co.kr)

|플루티스트 최정윤|

• 선화예술학교 졸업, 선화예술고등학교 재학 중 도오

• 오스트리아 부르겐란트 하이든 주립음대 학사 졸업

• 독일 뮌스터 국립음대 석사 및 전문연주자과정 심사위원 만장일치 수석 졸업

• 성신여대콩쿨, 세종오케스트라콩쿨, 수원여대콩쿨, 일본 International Culture and Arts 콩쿨 등 다수 콩쿨 입상

• Zeitgenossisch bis Jazz : Swinging Flutes 앙상블 연주, Die vier Pfeifer 뮌스터 플루트 4중주 앙상블 연주, Musik im Museum in Lackmuseum Munster 트리오 연주, North Czech Philharmoine Orchestra 협연 (체코 프라하, 스메타나 홀), Euro Sinfonietta Wien Orchestra 협연 (오스트리아 빈, MDW 하이든홀)

• 독일 Junges Sinfonieorchester an der WWU 객원 단원으로 활동하였으며, 북서울꿈의숲아트센터 ‘Daon Trio’ 창단 연주회, 서귀포 예술의전당 조인트 리사이틀, 북서울꿈의숲아트센터 플루트 조인트 리사이틀, 성남아트센터 플루트 조인트 리사이틀,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 ‘Eos Quartet’ 창단연주회,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창단 20주년 기념 클랑 목관5중주 정기연주회 플루트 게스트 연주

• 독일 Holzwickede 시립 음악학교, Musikaktiv 음악학교, Crescendo 음악학교, Musik Kolleg 음악학교, Musikfabrik 음악학교 등에서 전임강사 및 서울학생필하모닉오케스트라 심사위원 역임

• 현) 한국플루트교육자협회(KFEA) 이사, Daon Trio, Eos Quartet 멤버, 국민대학교,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선화예술중학교, 계원예술중학교, 인천예술고등학교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