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2017년, 처음으로 활을 들었던 어린 소년은 음악저널콩쿠르 초등부 1위를 시작으로 리움챔버오케스트라콩쿠르, 한국 콘트라바쓰협회콩쿠르, 서울시 전국학생음악장학콩쿠르, 해외 파견콩쿠르 등 유수의 콩쿠르를 석권하며 국내 음악계에 ‘유시헌’이라는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2년, 만 17세의 나이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 2년 조기 입학한 그는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깊어가는 가을밤, 진한 향기를 머금은 더블베이스처럼 서로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느껴졌던 더블베이시스트 유시헌과 스승 이창형과의 만남. 지면으로 옮겨지는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앞으로 함께 걸어 나갈 금빛 행보를 주목해보려 한다.

혜성처럼 나타난 만 17세의 신예 더블베이시스트

출전했던 국내외 6개의 콩쿠르에서 상위 입상 및 3월과 9월두 차례의 독주회 등 이른 나이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 입학하여 적응하기도 벅찼을 터, 아직 한 해가 끝나지 않은 지난 10개월간 국내를 넘어 세계를 무대로 놀라울 만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유시헌’. 아마 만 17세의 더블베이시스트 중 가장 바쁜 이는 그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 입학하게 되어 정말 꿈만 같았습니다. 조기입학이다 보니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동기 형, 누나들과 선배님들이 잘 챙겨주셔서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제가 신분은 대학생일지라도 나이는 고등학생이기에 입시란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또래 친구들처럼 저 역시 그들과 같이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했습니다. 이후 이 나이, 이 시기에 경험할 수 있는 여러 콩쿠르와 독주회에 도전하게 되었는데요. 그렇게 학교생활과 함께 국내외의 여러 콩쿠르, 그리고 두 차례의 독주회를 준비하면서 24시간이 모자랄 정도의 불가능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성장해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고 또 놀라운 수상 소식까지 보람된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 굉장히 뿌듯했습니다.”(유시헌)

더블베이스계의 새로운 역사를 쓰다

올해 그가 써 내려간 수많은 수상소식 중, ‘제29회 KBS 한전 음악콩쿠르 현악부문 3위’는 국내 더블베이스계에 돌풍을 일으켰는데, 바로 바이올린과 첼로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본 콩쿠 르에서 ‘더블베이스’가 입상한 전례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유시헌과 스승 이창형은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에 둔 것은 바로 ‘음악성’이었던 거 같아요. ‘어떻게 하면 더 음악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서 시작된 고민은 활의 작은 움직임과 비브라토의 떨림, 다양한 음색을 표현하기 위한 테크닉 등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나갔던 거 같습니다. 특히, 제29회 KBS 한전음악콩쿠르 무대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당시 본선 순서가 바이올린, 첼로, 그리고 더블베이스였기에 제 순서가 마지막이었어요. 심지어 저 혼자만 더블베이스라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막상 무대에 올라가서 연주를 시작한 뒤에는 잡생각도 나지 않고 오롯이 제 음악에만 집중했던 거 같아요. 평소에는 ‘최대한 틀리지 말자',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등 온갖 생각들이 나곤 했는데(웃음), 이날만큼은 25분이란 긴 연주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다른 생각이 들지 않고 정말 악기에만, ‘음악’에만 몰입했던 거 같아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유시헌)

“시헌이가 연습하는 걸 옆에서 보고 있으면, ‘아 이 친구가 굉장히 집중하고 있구나’라는 게 느껴질 정도로 음악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이는 테크닉에 대한 단순 반복연습이 아니라 음악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며 자신의 음악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 과정 속에서 시헌이는 저에게 수많은 질문을 하곤 하는데, 어떨 때는 제가 감히 쉽게 답을 주지 못할 허를 찌르는 질문을 하기도해 난처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웃음). 웬만하면 시헌이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해주는 편이긴 하나, 콩쿠르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정통 클래식과는 거리가 먼 해석에 대해 서는 살짝 지적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 아이디어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고요(웃음). 기본적으로 아이디어가 굉장히 뛰어난 친구라 저 역시 시헌이의 질문을 듣고 배워가는 부분도 많아 어떨 때는 제가 ‘고맙다’고 할 때도 있습니다(웃음).”(이창형)

그가 흘린 땀방울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며, 유시헌 군의 연주 영상을 찾아보았는데 전혀 긴장한 기색도 없이 자신만의 음악을 표현해나가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기에 어떻게 무대에서 떨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지 질문했다. 그런데 그의 답변은 굉장히 뜻밖이었다.

“제가 사실은 무대에서 굉장히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웃음). 그래서 무대에서 연주할 때에는 그동안 연습했던 과정 들을 되새겨보며 최대한 제 음악을 표현하려고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도 비결이라면 비결이라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웃음).”(유시헌)

“무대에서의 시헌이는 처음엔 조금 긴장하더라도, 연습을 많이 해서 그런지 금방 자신의 음악을 연주하더라고요. 연습 때처럼 감정을 넣어서, 아니 연습할 때 보다 더 뜨거워져서 연주에 몰입하는 걸 옆에서 보면 저 역시 뜨거워지곤 합니다. 이건 정말 연습을 그냥 단순히 행동, 움직임으로 하는 게 아니라 머리로, ‘생각’하면서 연습했기 때문에 음악에 대한 자신감과 집중력이 무대에서 발휘되는 것 같습니다."(이창형)

운명처럼 마주한 더블베이스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등 다른 악기에 비해 ‘더블베이스’는 일상생활에서 접하긴 어려웠을 터, 그가 활을 잡게 된 계기는 어떠했을까.

“저는 어렸을 때, 취미로 클래식 기타를 하긴 했지만, 전공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평소 클래식을 즐겨 들으시던 어머니를 따라 클래식 공연을 자주 보러 가곤 했는데,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때라 공연장에서 졸기도 했었습니다(웃음).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어머니와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갔는데, 그날따라 유독 ‘더블베이스’ 소리가 크게 들리는 거예요. 제 귀에만요. 그때 처음 더블베이스란 악기를 알게 되었고, 제가 악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신 어머니의 권유로 악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유시헌)

그렇게 운명처럼 마주하게 된 더블베이스는 이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삶 속 깊이 자리하게 되었다. 과연 무엇이 어린 소년의 마음을 흔들었을까.

"흔히, 많은 분이 더블베이스의 매력으로 깊은 저음과 울림이라고 말씀하시곤 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더블베이스의 매력은 우리의 생각 그 이상으로 음악적인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고음’이 굉장히 매력적인데요. 비브라토를 하면서 고음을 연주할 때면, 바이올린을 비롯한 그 어떤 악기의 고음보다도 더 매력적이고 깊이 있게 다가오는 것 같고, 이러한 표현에 있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악기이기에 저 또한 계속해서 연구하고 시도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유시헌)

세계 무대에 각인될 이름 ‘유시헌’

이처럼 세계를 무대로 발돋움하는 유시헌의 다음 행보는 어떨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그는 하늘로 비상할 날갯짓을 시작하고 있었다.

“현재 가장 큰 목표는 내년 9월에 개최될 ‘제72회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 입니다. 본 콩쿠르 매년 경연부문을 달리해 개최되고 있어 더블베이스 부문은 2016년 이후 7년 만에 개최되는데요. 아직 국내 더블베이시스트가 입상한 전례가 없기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할 계획이며 이외에도 내년 중순 엘림아트센터에서의 독주회가 예정되어 있으니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유시헌)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노력의 과정을 겪어야 하기에 이 친구가 걸어갈 과정이 힘들진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능력도, 자질도, 자신감도 충분히 있는 친구이기에 어쩌면 내년에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역사적인 한 획을 긋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웃음).”(이창형)

(서지나 기자/musicnews@musiced.co.kr)

｜더블베이시스트 유시헌｜

• 예원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기악과 입학 (2년 조기입학) 및 재학 중

• 제29회 KBS한전음악콩쿠르 현악부문 3위

• 제23회 오사카국제음악콩쿠르 현악부문 2위

• 2022 The North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 1위

• 제40회 해외파견 콩쿠르 1위

• 금호 영아티스트 콘서트 독주회

• [유시헌 더블베이스 vol. 1] 앨범 발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