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비디오 칸타타’로 2006 올해의 예술상 수상

“한국음악계, 창작음악이 가치를 인정받아야 산다”고 강조

1993년 한국전자음악협회 결성해 전자음악의 토대 마련

지난 12월 18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올해의 예술상’ 시상식이 거행됐다. ‘올해의 예술상’은 한 해 동안 발표된 문학, 미술, 연극, 무용, 음악, 전통예술, 다원예술 등 7개 분야 작품 중 우수 예술작품을 선정해 시상하고, 공연예술 분야 수상작품을 지역에서 축제 형태로 공연함으로써 예술인들의 창작에 대한 격려와 지원, 그리고 소외지역 국민에게 우수예술작품의 향수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2004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7개 분야 가운데 ‘황성호의 비디오 칸타타 2006’으로 작곡상을 수상한 작곡가 황성호 교수를 만나보았다.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밴드부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했다. 원래는 클라리넷으로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소리가 안 좋아 음악 선생님이 작곡을 하라고 권하셨다고 한다.

“1974년 서울대 작곡과에 입학했는데 그 시절 대학은 공부하는 날보다 데모하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학교 수업이 자주 휴강되는 바람에 학교 밖의 활동을 많이 해 연극, 무용 등 다양한 공연을 접한 것이 지금까지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음악교육이 학교 안에만 갇혀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하는 그는 졸업 이후 브뤼셀 왕립음악원과 우트레흐트 음악원에서 음악이론 및 작곡과 전자음악을 공부한 뒤 추계예대와 서울대 음대 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79년 ‘아시아 작곡가 연맹 대회’가 서울에서 열렸는데, 일본 작곡가들의 전자음악을 접하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어요. 그 이후 일본에 가서 전자 음악을 배웠습니다.”

젊은 작곡가들이 만든 새로운 전자음악은 그에게 커다란 자극을 주었다. 그 이후 1980년 전자음악연구회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전자음악에 있어 중요한 단체들을 설립했던 그는 1993년 한국전자음악협회를 결성해 1997년까지 회장으로서 국제공모전 서울국제컴퓨터음악제와 한국컴퓨터음악대회를 창설했다.

국내외로 전자음악을 알리는데 혼신을 다한 황성호 교수. 음악가로서의 활동 외에도 교육자로서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는 그는 “학생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은 상상을 해야 한다”며 “작곡은 책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대에서 끝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우리나라 음악교육은 음악을 지식으로 가르치려고 하는데, 음악은 느낌으로 가르쳐야 한다”며 “학생들이 음악을 체험하고 무엇인가를 느꼈을 때 이것이 진정한 음악교육”이라고 전했다.

한편, 그는 국내 클래식 음악계가 위축돼가고 있는 현실에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우리나라 음악계는 창작에 대한 관심이 매우 적습니다. 사회 시스템이 더 적극적으로 창작 활동을 지원해 작곡가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어야 우리나라 음악계의 발전이 있습니다.”

아울러 그는 “연주자들도 작품이 있어야 진가를 발휘하듯 창작음악이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비디오 칸타타 2006’은 하재봉 시인의 두번째 시집 ‘비디오/천국’ 중 13편의 시가 황 교수의 곡을 통해 불리는 자리였다.

이 작품은 합창과 독창, 낭독, 관현악, 전자음향, 영상이 어우러지는 칸타타 작품으로 공연은 하재봉 시인의 ‘없다’ 낭송으로 시작된다. 이 낭송은 마이크를 통해 전자매체를 이용함으로써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전자 음향적 실험에 의한 것으로 전체적인 칸타타의 운을 예시한다. 이어 그가 낭송한 ‘없다’가 긴장된 테너와 혼성 합창으로 불려진다.

그는 “자본주의가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고 하지만 개인의 소외감은 심화되고, 우리가 개성이 강하다고 하지만 우리는 TV와 같은 매체에 길들여지고 있다”며 “이러한 모순을 합창과 오케스트라라는 매체를 통해 조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종이와 연필만을 주고 원하는 대로 해보라고 하면 글을 쓰는 사람도 있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는 그곳에 오선을 긋고 조심스레 음표를 그린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고뇌와 신중함이 배어있다. 이것이 작곡가의 삶이다. 그러한 삶을 묵묵히 걸어가는 황성호 교수. 그가 만들어 낸 소리가 온 세상에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      

 (노신영 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