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프랑스의 거장, 현대음악계에 큰 발자취 남겨
교육자로서 슈톡하우젠, 불레즈, 제나키스 등 길러내
2월 29일 예술의전당서 정명훈 지휘로 ‘투랑갈릴라 교향곡’ 연주

●●●  메시앙의 생애
지금으로부터 100년을 거슬러 올라간 1908년 12월 10일, 프랑스 아비뇽에서 한 음악가가 탄생했다. 그는 프랑스 현대 음악계를 주도한 작곡가 올리버 메시앙(Olivier Messiaen).
셰익스피어 작품의 번역가로 활동하던 영문학 교수 아버지와 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메시앙은 일찍부터 음악교육을 받아 9세 때 최초의 피아노곡 ‘샬로트의 귀부인’을 작곡한다.
11세의 어린 나이로 파리음악원에 입한 그는 뒤프레에게 오르간을, 뒤카스에게 작곡을 배웠는데, 학창시절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화성법, 대위법, 푸가, 피아노 반주, 음악사, 작곡 등 모든 부문을 1등 성적으로 졸업했다.
1930년 22세의 나이로 파리의 성 트리니티 교회 오르간 주자로 임명된 메시앙은 오르간의 즉흥연주라는 장을 통해 선적인 울림을 연구했으며, 1931년 ‘잊혀진 제물’의 발표와 함께 성공의 반열에 올랐다.
1936년에는 앙드레 졸리베, 다니엘 르쉬르, 이브 보드리에와 함께 ‘죈느 프랑스’라는 그룹을 형성, 당시 성행하던 신고전주의 경향에 반대해 현대의 살아있는 음악을 창조하고, 음악을 인간과의 깊은 관계 속에서 찾으려 하는 공통된 목적에 따라 작곡 활동을 했다. 이 그룹은 전쟁에 의해 각기 헤어지게 됐지만, 그 당시 개최한 몇 번의 콘서트는 열광적인 반응을 낳았다.
전쟁이 끝난 후 그는 작품분석과 작곡 세미나 등의 활동과 더불어 특히 교육에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 칼 슈톡하우젠, 피에르 불레즈, 제나키스와 같은 훌륭한 음악가들이 그에게 지도를 받았다.
파리음악원 교수로 재직하며 점차 실험적인 음악에 관심을 기울여 가던 메시앙은 특히 새 소리 채보에 굉장한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메시앙의 스승이던 폴 뒤카스는 그에게 “새들의 울음소리를 들어라. 그들은 거장이다”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스승의 가르침을 따른 메시앙은 전 유럽을 넘어 일본 후지산까지 새소리 채집을 다녔으며, 이를 악보에 옮기는 작업에 열성을 다했다고 한다. 이후 1950년대에 들어서는 스승의 입장이라기보다 동료의 입장에서 제자들과 많은 교류를 나눴고, 특히 불레즈가 설립한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 ‘돈나 뮤지컬’의 꾸준한 지지자가 되었다고 한다.
당대 프랑스 음악의 최고봉에 오르며 음악인들에게 귀감이 된 메시앙. 그는 16년 전인 1992년 4월 28일, 향년 83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  메시앙의 주요작품
 오르간 연주자로 활동하던 메시앙의 초기 음악 작품으로는 오르간을 위해 쓰여진 매우 느린 템포의 ‘영광된 몸’, ‘천국의 향연’ 등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 당시 포로가 된 메시앙은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를 작곡했는데, 1941년 5천여명의 수감자 앞에서 그 곡을 연주했다고 한다.
1942년 트리니티 성당의 오르간 연주자로 복귀한 후 관현악곡 ‘그리스도의 승천’, ‘하늘도시의 색채’, ‘아멘의 환영’ 등을 작곡했으며, 1949년에는 피아노곡 ‘음가와 강도의 모드’, ‘뇜 리트미크’를 발표했는데, 특히 이 작품은 뮈지크 세리에르의 출발점이 되어 불레즈, 슈톡하우젠 등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성악 작품으로는 ‘미(Mi)를 위한 시’, ‘하늘과 땅의 노래’, ‘수(Number)의 죽음’ 등을 작곡했고, 관현악곡으로는 ‘투랑갈릴라 교향곡’, ‘크로노크로미’, ‘천국의 색채’ 등을 남겼다.
오페라 작품은 유일하게 ‘아시씨의 성 프란시스’를 남겼으며, 새의 소리에 몰두한 1953년에는 ‘새의 눈뜸’을 비롯해 ‘이국의 새’, ‘새들의 카달로그’ 등 새들의 노랫소리를 채보해 작품에 결합하는 시도를 했다.
저서로는 1944년 자신의 작곡법을 종합하여 발표한 ‘나의 음악어법’이 있는데, 이 책은 그 당시 작곡계에 큰 영향을 주었고, 현대 음악어법에 귀중한 길잡이가 되고 있다.

●●●  메시앙을 기념하며...
올해가 메시앙이 탄생한지 100주년이 된 의미 깊은 해인만큼 연초부터 메시앙을 기념하는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오는 2월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되는 서울시향의 공연이 바로 그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 지휘자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과 피아니스트 폴 김은 메시앙의 대표작 ‘투랑갈릴라 교향곡’을 연주한다.
정명훈은 DG레이블을 통해 메시앙의 ‘투랑갈릴라 교향곡’ 음반을 녹음한 적이 있는데, 이 음반은 메시앙으로부터 최고의 연주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또한 피아니스트 폴 김은 최근 메시앙 전문가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특히 메시앙의 부인이었던 로리오 여사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그의 메시앙 해석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 공연 외에도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 경력을 가진 바이올리니스트 김수빈은 일본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미츠코 우치다 등과 함께 메시앙의 실내악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로 미국 투어를 계획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메시앙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
 (이은경 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