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베토벤, 고난에서 승리로 ‘베토벤, 그 거룩한 울림에 대하여’ 출간

위대한 예술가, 위대한 인간 베토벤이 주는 숭고한 메시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작품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가치를 목표로 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탄생할 수 없는 법이다. 많은 평론가들이 베토벤의 음악에 대해 “만약 신이 음성이 있다면 바로 이런 소리를 가졌을 것이다”라고 평하고 있다. 진정 그것은 ‘신의 음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베토벤, 그 거룩한 울림에 대하여’ 중 일부 발췌)

우리 삶의 여정은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 걸어가게 마련이다. 가족, 친구 혹은 동반자들. 만약 음악도 그 길의 벗이 될 수 있다면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음악은 인간이 하는 것이며, 인간은 음악을 통해 가장 아름답고 선한 모습을 풀어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음악으로 위로를 얻고 평화로운 마음을 갖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해를 시작하는 공연계의 발검음이 분주한 시기 우리 곁을 찾아오는 음악이 있다. 바로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 ‘합창’. 그 중에서도 4악장에 포함된 쉴러의 시에 붙인 ‘환희의 송가’는 베토벤 음악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것은 위대한 음악작품 그 이상의 무엇이며, ‘초월적 인간승리’라 칭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사방이 베토벤 흉상과 음반, 서적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연구실에서 만난 신경정신과 과장 조수철. 한 작곡가의 작품과 음악세계를 수년에 걸쳐 연구한 그는 베토벤을 닮아간다는 표현으로 그의 독특한 이미지를 부여할 수 있겠다. ‘베토벤의 삶과 음악세계’(2002)에 이은 베토벤 음악에 관한 두 번째 해설서인 이 책에서 그는 피아노, 소나타, 현악4중주곡을 중심으로 베토벤의 음악과 음악적 사상의 발달과정을 면밀히 제시하고 있다.
“베토벤의 일생동안 좌우명은 ‘고난을 헤치고 환희’(Durch Leiden zu Freude)로였죠. 그러나 베토벤의 생애와 음악을 살펴보면 ‘고난으로부터 출발하여 환희를 거쳐 불멸의 진리와 완성’(Von Leiden durch Freude zur unsterblichen Wahrheit und Vollendung)으로 라는 말이 더 적절하죠. ‘인간의 세속적인 소리를 듣지 말고 오로지 신의 음성만 듣고 이를 인간에게 전달해야 할 임무를 신으로부터 부여받았다’라는 그에 대한 로맹 롤랑의 해석은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비극적인 예술가의 전형이었던 그가 겪어야 했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그의 음악으로 승화돼 아름다운 음악작품으로 재창조 되듯, 귓가에 맴돌고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베토벤의 음악을 글로 표현하기 위해 애쓰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인상깊다.
“운명을 자신의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 들이는 자세로 중기의 운명 교향곡을 작곡할 때 ‘나는 나의 운명의 목을 비틀어 버리고야 말겠다’는 자세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죠. ‘삶과 죽음이’라는 모든 인간이 경험하는 대극적인 상황 중에서도 가장 궁극적이고도 극적인 문제에 대해 ‘삶과 죽음’이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하나’가 되는 상태, 즉 ‘삶이 곧 죽음이며 죽음이 곧 삶이 되는 상태’에 도달함으로써 결국 베토벤의 영웅주의가 완성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흔히 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타고 전파된다고 한다. 기대와 희망이 고난 속에서도 자신을 지지해주는 기둥이 되어 주고 더러는 아름다운 이뤄짐으로 나타나듯 산다는 것 자체가 사랑하는 것이요, 깨어있음이니.
예술의 새로움을 진정 누리는 그 순간 무한한 설렘으로 다가오는 충만함이야말로 베토벤에게서나 우리네에게 신이 내린 공평한 ‘사랑의 은총’임에는 틀림없다.
(김현정 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