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시향 연주생활 15년 동안 고루했어요. 그래서 유학을 생각하는데, 주변에 저를 아껴주시는 선생님들이 독일에서 감바 공부하는 것을 권유하셨어요. 한국에서 악기를 정해서 그리고는 유학생활을 시작했죠." 예원, 예고에서부터 첼로를 자신의 전공으로 선택해 오랜 기간 4현에 익숙하게 연습과 연주 생활을 해온 정명숙이 비올라 다감바라는 6현, 7현의 새로운 악기로 전향한 것은 일상을 벗어나 또, 다른 자신을 찾기 위한 도전이었다.

 정명숙보다 앞서 선배들이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를 공부하려고 시도를 했지만, 중도하차 한 사례가 많다고 한다. 왜? 너무 어려우니까. 어렵다라고 한다면 무엇이 어렵다는 것일까? 활은 언더핸드보우(underhand bow)로 연주 해야하고, 단선율은 옆선이랑의 간격이 좁아 연주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모든 보표를 다 봐야한다고 한다. 국내는 고악기나 원전연주의 불모지라서 악기 부속을 외국에 주문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고. 감바는 현의 피아노라고 할 수 있다. 단, 조를 자유 자재로 이동 할 수 있는. 아니, 모든 보표를 다 볼줄 알아야하는 악기이다. 점만 있는 그레고리안 챤트의 악보를 해석해서 연주도 해야한다. 바이얼린이랑 비슷하게 생긴 소프라노 감바, 비올라 보다 뚱뚱한 알토 감바, 그다음 테너 감바, 베이스 감바가 있다.

 소프라노, 알토는 6현이고, 테너랑 베이스는 6현, 7현 모두 있다. 아무도 안 하는 악기를 한다는 것에 시작했고, 고비를 넘기기도 힘들었지만, 매력있는 악기라고한다. 할수록 깊이에 빠져든다고. 마음을 비우고 자세를 갖추고 연습에 임해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온단다. 그것이 바로크음악의 매력이기도 하다.

 낭만음악에 익숙한 우리들 귀에 조용하고, 차분한 좀더 정제되어진 바로크 음악을 꼭 들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나치게 활달하고, 밝은 자신의 성격으론 비올라 다 감바를 절대 연주 할 수 없다고 한다. 소리가 나오질 않는다고. 첼로와는 완전히 다른 면을 보여줘야 소리가 나오는 악기이다. 연습 때는 주변의 소음이 모두 사라지고, 약간은 어두운 조명아래 자세를 갖춘 후, 차 한잔으로 마음을 다독이고, 그리고 연습에 들어간다고 한다.

명상을 하기 위한 준비와 비숫하다고나 할까. 인간의 목소리에 첼로보다 더 가까운 악기라는 감바의 소리를 우리 주변에서 들을 순 없을까? 모회사 휴대폰 광고에 정명숙이 연주한 비올라 다 감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최근에 연극인의 친구로 텔레비전에 출연해서 감바를 연주하기도 했단다. 비올라 다 감바의 작곡가이자 연주자인 마랭마레의 얘기를 영화화한 세상의 모든 아침을 보면 자세히 알 수 있다. 감바를 배우려는 이들에게 주옥같은 교훈이 되는 대사가 있다. "연주는 하지만, 음악가는 아냐. 진정 사랑하는 이를 위해 연주하게.", "연주, 자세, 감정, 기교, 장식음 등 모두 좋아. 하지만, 음악을 느낄 수는 없어. 반주자나 작곡자는 될 수 있어도 음악가는 아냐. 하지만, 고통에 찬 네 목소리 때문에 널 제자로 받아주마. 너의 잔재주 때문이 아니라" 마랭마레의 선생이 그를 제자로 받아들일 때의 대사이다.

 "기교를 부린다고 음악인가..내 딸의 흐느낌이 더 음악이지".. 정명숙 또한 감바를 배우려는 이들에게 같은 충고를 남겼다. 지금 감바를 배우고 있는 학생이 있지만, 조금 하다가 그만 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정말 음악을 좋아하고 바로크 음악을 아는 사람이 배웠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인천시립교향악단 단원을 거쳐 라이프찌히 음악원에서 국내 최초 Viola da Gamba Zeugnis 획득했고, 독일 작곡가 파쉬로 부터 Internationale Fasch Festival 초청연주, 라이프찌히 성 토마스교회 St.Thomas Kirche 초청 앙상블 연주와 예술의 전당에서 귀국독주회를 1998년 가졌었다. 현재 갖고 있는 악기는 프라하에 있는 악기제조자가 뮌헨 박물관에 있는 악기를 그대로 본떠서 만들어 선물했다고 한다.

감바 연주의 관문인 바하의 감바 소나타 1번 , 2번, 3번을 녹음할 계획이고, 음악의 한 장르를 일반인에게 소개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계속 연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올, 8월 22일 대전 예술의 전당 연주 후, 통영에서 국제 음악제 기간동안 연주회를 할 계획이다. 일본에는 감바 연주자가 많다. 4월 16일에 일본 텔레만 협회 Telemann Institute Japan에서 주최한 바로크악기만으로 구성된 실내악단인 콜레기움 무지쿰 텔레만 Collecium Musicum Telemann 과 연주한다. 이 단체는 2001년 전주 소리축제 참가단체였다. "나의 음악을 들으면 피로가 풀리고, 정신이 맑아지고...행복하다는..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관객의 반응을 듣고 싶다" ... "아! 내 예쁜 바이올렛 춥겠다" 인터뷰가 끝나고 계단을 내려오면서 창가에 놓인 화분을 보며 한 말은 뇌리에서 지워지질 않았다.

 맑고 깨끗한 마음이 전해져서. 자연스럽고 편안하며, 부드럽고 고운 소리 비올라 다 감바. 자, 호흡을 가다듬고 눈을 감아, 소리를 들어보자.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들려오는 그윽한 감바의 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