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서두르지 말고 겸손하고 꾸준하게, 스스로에게 성실 당부

기초에 충실하고 인간성이 성숙한 연주가 배출하는데 역점 둘 터

올 초 신년음악회에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으로 새해 첫날을 장식했던 피아니스트 이경숙교수가 지난 2월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학장으로 취임했다. 우리 음악계에 연구하고 노력하는 연주 붐을 일으키고 멈추지 않고 성장하는 음악인의 진정한 자세를 일깨워 이 시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음악원장을 지낸 바 있지만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연세대음악대학의 학장으로 취임해서 더욱 어깨가 무겁다고 소감을 밝힌다.

지금까지 수많은 연주 무대에서 독주회나 오케스트라 협연, 그리고 실내악 연주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온 그로서는 교단과 무대를 함께 지켜야하는 현실에서 어쩌면 당연한 고민일지도 모르겠다.   

피아니스트 이경숙을 ‘피아노계의 여제’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한 것은 그가 한국 음악사에 남긴 끊임없는 도전정신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는 18년 전부터 해오고 있는 작곡가 집중연구에서 볼 수 있는데, 1987년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5곡을 완주한 것을 비롯해서 88년에는 국내 최초로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전 32곡을 완주해 한국 음악계에 대단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어서 89년에 모차르트 피아노소나타 전19곡, 91년 프로코피에프 피아노소나타 전9곡, 93년 부천시향과 협연으로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전3곡, 2000년 바버 탄생 90주년기념 피아노독주곡 전5곡, 2003년 슈베르트 페스티발 등의 대장정을 이루어낸 그의 업적은 이미 한국 연주사의 이정표로 남을 것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성악을 했던 어머니의 노래를 따라 피아노 건반을 만지게 되었고 건반 하나하나에서 울려 나오는 그 미묘한 소리에 매료되어 피아니스트의 길을 가게 됐다.

서울예고 재학 중 장학생으로 도미, 덴버 고등학교를 거쳐 커티스 음대에 입학하여 루돌프 제르킨과 호로조프스키를 사사하고 1967년에 제네바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입상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특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콘체르토 오디션에서 우승하여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실황이 전 미국에 방영되면서 국제적인 연주가로서의 명성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꾸준하면서도 의욕적인 활동을 펼친 그는 크리스찬 페리스, 피에르 푸르니에, 유디스 샤피로, 아론 로잔드, 줄리어스 베이커, 마르시알 세르베라, 필립 뮬러, 드미트리 야블론스키, 아르토 노라스, 폴 토르틀리에 등 세계의 거장들과의 협연은 물론 스위스 로망드, 홍콩 필하모닉, 로열 필하모닉, 프라하 심포니, 모스크바 필하모닉, 동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호평을 받았다.

더불어 음악계에 헌신한 지 30여 년 동안 1985년 음악동아 선정 제1회 올해의 음악가상을 비롯해서 85년과 88년 올해의 예술가상, 87년 난파음악상, 88년 한국평론가협회상, 김수근 공연예술상, 94년 제26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 95년 옥관문화훈장, 2000년 우경문화예술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독일 뮌헨 국제피아노콩쿠르와 일본 소노다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해왔다.

지금까지 그는 스스로를 위한 음악을 해왔다고 말하면서 앞으로는 레퍼토리도 좀 더 대중적인 것으로 연주할 계획이라며 “연주자 스스로 즐거워야 청중도 즐겁다”는 마음으로 즐기면서 연주하려고 한단다.

연주자로서 교육을 겸하고 있는 그에게 있어 가족은 ‘음악’을 포함한 모든 삶의 모습 그 자체이자 또다른 자신이라고 생각하며 누구나처럼 그에게도 가족은 매우 소중한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에서 지내는 딸들(베를린음대 피아니스트 김규연과 바이올리니스트 엘리사 리 코코넨)에게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늘 서두르지 말고 편안히 그리고 겸손하고 꾸준하게 스스로에게 성실할 것”을 당부한다고.

스스로를 전문연주자라기보다는 교육가로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으로 불리기를  바라는 그는 “연주자가 되기 위해서 어떤 길을 가야 한다는 법칙은 없지만 나름대로의 환경에서 다양한 공부와 기회를 통해 스스로를 성장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교육자로서 “현재 우리나라 피아노 연주 수준은 국제적인 수준으로 아주 높지만 학생 대부분이 콩쿠르와 입시에 연연하다보니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겉치레가 많은 연주를 하는 성향이다. 그러다보니 눈에 보이는 성장은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음악적인 성장은 느려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음악 교육도 기초에 충실하고 인간성이 성숙한, 내용이 알찬 연주자를 배출하는데 더욱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말처럼 여러 가지 부정적인 일로 어두워져있는 작금의 우리 학계에 가식과 과장을 배재한 채 가장 정화된 선율을 무대에 전하는 그의 음악만큼 그의 교육의 열정과 집념이 풍성히 열매 맺기를 기대한다.

(김애연 전문기자/musicnews@music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