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신문

제14회 한국의 음악가상 수상

故 이흥렬 작곡가가 아버지이자 그의 스승

한국음악비평가협회(회장 이남진)는 지난 12월 제14회 ‘한국의음악가상’ 수상자로 작곡가 이영조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를 선정했다. 1983년에 제정된 ‘한국의음악가상’은 그간의 업적이 특별하고 한국 음악 발전에 기여한 음악인을 선정해 시상하는 상이다. 작곡가 이영조 교수는 우리 음악교육과 창작분야에서 열정적인 활동으로 우리 음악사회를 일구고 자극하며 이끌어온 지도자로서의 공로가 특별할 뿐 아니라 근년에 오페라 황진이, 목화, 손탁호텔 등을 작곡해 우리 오페라 발전사에 중대한 전기를 남긴 업적이 높이 평가됐다.

“오래전부터 우리 음악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작품에 민속적인 소재를 반영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것을 바로 알고 주신 상이기에 더욱 값지고 기쁩니다.”

 故 이흥렬 작곡가의 아들로 서대문구 북아현동에서 태어난 그는 첫 스승이었던 아버지에게 중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피아노와 음악의 기초이론을 배웠다. 이후 작곡가 김동진에게 화성학과 작곡이론 배우고, 배재고등학교 시절에는 밴드부에서 클라리넷과 호른을 배웠다. 음악적인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었던 그는 주변 동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고 한다.

“음악 외에 다른 길은 생각해 본적도 없었어요. 어려서부터 음악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악가가 됐어요.”

연세대 음대 재학 시절 작곡가 나운영에게 작곡을 배운 그는 스승으로부터 한국적인 창작사고를 하라는 가르침을 받아 피리와 장구, 단소, 판소리 등을 배우고 우리 음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그 후 독일 뮌헨 국립음대와 아메리칸 콘서바토리 대학원(D.M.A)을 졸업해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작곡과 교수, 국립 예술영재교육연구원 원장, Musica Anima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1986년 국립오페라단의 위촉으로 쓴 오페라 ‘처용’은 기존의 아리아 중심의 오페라를 벗어나 연극적인 요소와 오케스트라 중심의 작품이다. 오페라 ‘처용’을 시작으로 네 편의 작품을 발표한 이 교수는 “오페라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음악 뿐 아니라 무대, 조명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 흥미롭다”고 말했다.

“두번째 오페라인 ‘황진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작곡한 작품인 만큼 많은 성과를 얻었어요. 베이징, 모스크바, 하노이, 로스엔젤레스 등의 해외공연을 하며 많은 수정을 거쳐 완성도를 높였지요.”

오페라 창작을 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에 대해 묻자, 그는 “오페라는 늘 청중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예술성과 대중성이 적절하게 조화되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작품을 쓸 때 한국적 정서를 중요시 합니다. 서양의 스파게티를 자주 먹는다고 해서 우리 고유의 음식이 될 수 없듯이 한국의 작곡가가 우리의 정서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 때 우리다운 음악, 세계적인 음악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2005년 네덜란드 Maastricht Konservatorium에서는 중요 작곡가를 선정해 작품을 조명하는 음악제가 열렸다. 16년째 개최되고 있는 이 음악제에서 주제작곡가로 선정된 이 교수는 그의 18개 작품을 6일에 걸쳐 연주하고, 세미나를 통해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했다. 연주된 작품은 대부분 한국의 토속적 요소를 서양의 연주 형태를 통해 현대적 음향으로 재해석 한 곡들이었다. 2005 음악제 주최측이이 교수를 선정한 이유는 유럽의 작곡기법을 습득하고 영향을 받은 한국작곡가로서 가장 비유럽적으로 쓴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한국적인 것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조명해 세계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는 이영조 교수. 음악가로서의 활동 외에도 교육자로서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는 그는 “학생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은 상상을 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악보로 표현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연주를 통해 직접 체험하고 무엇인가를 느꼈을 때 이것이 진정한 음악교육”이라고 말했다.

이영조 교수는 오는 2월 4일 KNUA목관5중주단의 연주로 목관5중주 ‘줄풍류’를 발표하고, 3월 16일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정기연주회에서 오케스트라 작품인 ‘섬집아기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올 한해 연주계획을 다 소개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일정에 지칠 듯도 하지만 여전히 열정이 넘치는 이영조 교수. 그가 만들어낸 무르익은 소리가 온 세상에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

(노신영 기자/musicnews@musiced.co.kr)